REVIEW

[CAR] 마땅한 기대, 아우디의 미래

아우디 없는 시장은 좀 한적하다 못해 뻔하기까지 했다. 이제 달라질 때가 됐다고,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아우디가 담백하게 말했다.

우성 2018년 07월 05일

우리는 아우디 A6 35 TDI의 운전석에 앉아서 서쪽으로 달리고 있었다. 눈 앞에서 해가 빨갛게 떨어지고 있었다. 해가 다 지기 전에 해변에 닿으려면 좀 서둘러야 했는데, 그날은 그대로 속도를 유지하면서 느긋하고 싶었다. 오랜만에 만난 사이라서, 오늘은 조금 여유롭고자 했다.

어떤 차는 운전자의 성품을 부드럽게 규정하기도 한다. 좋은 성품을 가진 차를 만나면 운전도 마음가짐도 그렇게 된다는 뜻이다. 아우디도 그런 차를 만든다. 날카로우면서도 부드럽게, 세련의 극단에서도 겸손하게 다독일 줄 안다. 흔치 않은 성격, 단단한 실력의 브랜드.

오랜만에 만난 A6 35 TDI도 여전한 감각이었다. 게다가 성숙하게 익어 있었다.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느낄 수 있었다. 차가 나를 꼭 안고 있었다.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건네고 있었다. 쭉 뻗은 도로에서 활주할 땐 단정한 호수 위에 가만히 떠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코너를 만났을 땐 더 재미있게 달릴 수 있다고 살짝살짝 부추기는 것 같은 장난끼. 사뿐사뿐 고요하게 움직이는데 내려서 가만 보면 거대한 차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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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A6 35 TDI는 1,968cc 직렬 4기통 디젤 직분사 엔진을 쓴다. 최고출력은 190마력, 최대토크는 40.8kg.m이다. 최고속도는 시속 232킬로미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이르는데 걸리는 시간은 8.2초다. 자로 잰 듯이 합리적이다. 아쉬울 것도 넘칠 것도 없는 제원 수치다.

최대한 많은 사람을 두루 만족시킬 수 있는 성능, 태생적인 품위와 장르, 다양한 취향의 경계를 잠자코 포괄하는 디자인에는 점잖은 태도가 있었다. 아우디 A6를 타고 출근하는 매일 아침도 그럴까?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하는 주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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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언어도 제대로 익어 있었다. 의미 없는 선 하나 없이, 면과 면이 닿는 곳에는 날카롭게 각이 살아있었다. 그 날카로움이 차체 전체를 안고 있는데, 그렇게 생긴 선들은 또 완만하니 부드러워서 하나하나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아름다움의 기초가 됐다.

몇 가지 역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나의 차체에 녹여내는 철학. 충분히 멋지지만 억지로 드러내지 않고 어디서나 의연한 아우디 본연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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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초입, 부산 모터쇼에선 “아우디 코리아 비전 나잇”이라는 이름의 행사가 있었다. 대중에게 모든 전시장에 공개되기 전, 프레스데이 하루 전날 저녁이었다. 전국에 있는 자동차 관련 매체들이 다 같이 부산에 모이는 날이었다.

어떤 브랜드는 그들의 성과와 계획을 알리기 위한 행사를 열었다. 아우디 코리아 비전 나잇도 그런 행사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축제를 하루 앞두고 열리는 다른 모든 행사와는 좀 다른 분위기였다. 어떤 흥분이나 치장도 없었다. 화려한 면면이 없지 않았지만 그게 중심은 아니었다. 시종 담백했다. 마이크는 아우디 코리아를 책임지고 대표하는 사람이 쥐고 있었다.

아우디 코리아 세드릭 주흐넬 사장은 아우디가 보낸 그동안의 시간에 대해 차분하게 설명했다. 전국에 있는 아우디 딜러를 자전거 여행으로 돌아봤다는 이야기, 그렇게 구석구석 경험으로 삼았던 시간, 적극적으로 리콜을 진행하고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확충하면서 내실을 다졌다는 성과, 더 멀리 오래 달리기 위한 기초 체력을 다시금 다졌다는 보고이기도 했다. 조용히 도약을 준비했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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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콜의 시작은 지난 9월이었다. 이후 리콜 대상차량 2만3천599대 중 65퍼센트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완료됐다. 올해 4월부터 진행된 리콜도 30퍼센트 가량 완료됐다. (6월 5일 현재) 더 편안한 리콜 과정을 보장하기 무상 픽업과 딜리버리를 제공하고 대중교통 비용을 지원하기도 했다.

전시장과 서비스 센터도 알차게 정비했다. 2015년 대비 1개의 전시장과 7개의 AS 서비스 센터를 새로 지었다. 6개의 AS 센터를 확장 이전했다. 이제 아우디는 36개의 전시장, 37개의 서비스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 중, 어쩌면 가장 신중한 방식으로 보낸 시간이었다. 지금까지의 고객과 앞으로의 고객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한 결과였다. 지금까지의 실력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다짐이기도 했다. 2019년 말까지는 2개의 전시장과 4개의 AS 센터를 추가 확장할 예정이다.

아우디는 그렇게 몸을 풀고 있었다. 이제 천천히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아우디 A6 35 TDI는 올해 상반기의 신호탄이었다. 하반기에는 A4가 기다리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모델 두 대가 포문을 여는 셈이다. 올해 설정한 판매 목표는 1만5천 대다. 내년에는 조금 더 본격적인 달리기가 시작될 예정이다. 완전히 새로워진 아우디가 미래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표는 역시 SUV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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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 노란색 아우디 Q2가 등장했을 땐 객석의 분위기까지 밝아진 것 같았다. 당돌하고 실용적이면서도 마냥 예쁜 콤팩트 SUV였다. 아우디 고유의 디자인 언어, 합리적인 구성과 진취적인 표정이 자극하는 건 거의 즉각적인 소유욕이었다. 전통의 강자 Q5도 무대에 올랐다. 2019년의 아우디 코리아는 Q2와 Q5는 물론 A6와 A7, A8을 포함한 총 13 종의 신차를 론칭할 예정이다.

이날, 세드릭 주흐넬 사장의 마이크는 행사가 완전히 마무리될 때까지 꺼지지 않았다. 기자들의 질문 하나하나를 일대 일로 답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감출 것도 가릴 이유도 없다는 태도였다. 목표가 분명한 회사엔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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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출시 예정인 Q2와 Q5, 부산모터쇼에서 전시했던 자율주행 콘셉트카 일레인(ELAINE)이 무대에 등장할 때마다 비전 나잇 행사장의 분위기가 미세하게 달라졌다. 담백하고 차분한 와중, 거의 유일하고 정확한 흥분이었다. 잘 만든 자동차는 본능에 닿아 있으니까, 저렇게 예쁜 차가 무대 위에 있는데 아직 가질 수는 없다는 데서 오는 자연스러운 탄식이기도 했다.

이날 아우디 비전 나잇에서 공개한 차들은 그대로 부산 모터쇼 전시장에도 전시돼 있었다. 아우디를 좋아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다시금 북돋고, 아우디를 잠시 잊었던 사람들의 마음 속에도 딱 그만큼의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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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를 타고 달리면서 보는 일몰은 어떤 기분일까? Q5를 타고 친구들과 여행을 떠난다면 동쪽이 좋을까 서쪽이 좋을까? A8에 적용된 그 새로운 기술들을 온전히 소유하려면, 나는 어떤 인생을 설계해야 할까?

새로운 모든 자동차는 결국 개인의 꿈과 목표에 닿아 있었다. 아우디는 멀어져 있을 때도 쉬지 않았다. 정확히 그 시간만큼 진보해서, 모두의 기대를 뛰어넘어 새로워진 채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아우디에 거는 마땅한 기대, 어쩌면 모두의 미래였다.

글/ 정우성(더파크)
사진/ 아우디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