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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 MINI는 시간을 소유하고 싶다

결국, 진짜 중요한 건 라이프스타일이다. 자동차의 의미는 이미 확장됐다

우성 2018년 04월 26일

프랑스 남동쪽에 있는 작은 도시, 르 카스텔레에 접어들자 분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했다. 2012년, 미니 유나이티드 행사에 참석하러 가는 길이었다. 시야에 들어오는 미니의 숫자가 점점 많아졌다. 어느새 미니만 7대 이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앞, 뒤, 옆이 다 미니였다. 클래식 미니부터 미니 컨버터블, 클럽맨, 컨트리맨, JCW까지 시대와 장르를 막론했다. 그때 우리는 2세대 미니 클럽맨과 미니 컨트리맨을 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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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미니가 달랐다. 각자의 취향에 맞게 공들여 꾸며 놓은 미니였다. 수만 대의 미니가 모여 있어도 같은 미니는 한 대도 없었다. 미니 유나이티드는 그런 행사였다. 미니를 타는 사람들이, 미니가 준비한 장소에서, 미니와 어울리는 축제를 즐기려고 몇 개의 국경을 넘어 기꺼이 선택한 시간이었다.

우리는 2박 3일에 걸쳐 독일과 오스트리아,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넘어 프랑스에 도착한 참이었다. 식사 시간과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시간을 길 위에서 보냈다. 하지만 피곤하지 않았다. 모든 길이 흥겨웠다. 집중력은 최고조였다. 피로는 차에서 내렸을 때에야 희미하게 느낄 수 있었다. 운전만은 즐거웠다는 뜻이다. 예나 지금이나 짱짱한 엔진, 팽팽한 서스펜션, 민첩하고 고집스러운 스티어링휠의 감각까지. 이상적인 로드트립의 조건은 딱 세 가지다. 흥미로운 길, 잊지 못할 풍경, 운전 자체가 재미있는 차. 완벽한 로드트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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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초입, 서울에서 미니가 하고 싶었던 말도 결국 같은 맥락 위에 있었다. 미니가 갖고 싶은 건 시간이었다. 미니를 가진 사람의 인생이었다. 그게 곧 라이프스타일이었다. 미니는 그렇게 자동차라는 물성 자체를 초월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성수동 카페 바이산 안쪽에는 클래식 미니 한 대와 3세대 3도어 모델 한 대가 진열돼 있었다. 둘 다 아이스블루 흰색 스트라이프였다. 1960년대 클래식 미니를 관통했던 그 색깔을 그대로 이은 두 번째 한정판, ‘레트로 블루 에디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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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는 출시와 동시에 귀해졌다. 미니가 만든 온라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도미니크(Dominick)’에서만 (3도어와 5도어를 합쳐) 딱 100대 팔았다. 다시 없을 색깔, 크롬의 고전적 활용, 색깔과 디자인의 리듬에 정확히 호응하는 인테리어 디자인의 구성까지. 일주일만에 다 팔렸고, 더 이상 가질 수 없는 차가 됐다. 미니가, 미니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믿고 내놓은 기획이었다. 미니를 이미 아는 사람이라면 굳이 전시장까지 가지 않아도 확신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었다. 활용할 수 있는 전통, 계승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브랜드만 할 수 있는 시도이기도 했다.

한쪽 벽에는 디자이너 브랜드 오디너리 피플이 미니와 협업해 만든 아이템이 진열돼 있었다. 아이스 블루 도미니크 에디션을 구매한 고객에게 선물했던 ‘웰컴 패키지’였다. 테이블 위엔 아이스블루 색깔을 그대로 살려 만든 스웻셔츠, 재킷, 스카프, 가방과 가디건이 놓여있었다. 온라인으로 차를 사고 그 이미지를 그대로 살려 디자인 한 옷을 입는 일. 미니를 사고 미니를 입는 일. 전혀 억지스럽지 않고, 제각각 떨어져서도 그대로 예쁘고 새로운 물성들. 이제 미니를 갖는 일은 구매의 차원을 넘어섰다. 그 자체로 체험이자 이미지가 되었다. 브랜드가 경험이 되는 순간, 물성은 그대로 라이프스타일이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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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보면, 이런 시도를 미니만 하는 건 아니다. 거의 모든 브랜드가 ‘라이프 스타일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팔고 있다. 고급스러움을 극대화하거나 마니아 층의 소유욕을 자극하는 식. 그 자체로 완성도가 높은 상품들도 없지 않다. 하지만 미니처럼 자연스럽게 확장하는 브랜드는 드물다. 미니에는 브랜드가 쌓아온 매력과 장르를 초월해 존재하는 공동체가 있다. 미니는 그 커뮤니티의 구성 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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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이브 클래스(Creative Class)’라는 개념이 여기서 나온다. 미니에 따르면, “시대 정신을 만드는 집단”이라는 뜻이다. 기존의 질서를 이해하는 동시에 거부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동시에 지나온 것을 존중하는 사람들. 끊임없이 시도하면서 지치지도 않고, 이 지루한 세상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건 도전하는 에너지 그 자체라는 걸 삶으로 증명하는 사람들.

미니는 이들이야말로 미니를 원하고 소유하는 사람들이라고 믿는다. 그러니 분야를 가릴 일도 아니다. 패션브랜드와 협업하는 건 더 이상 놀라운 일도 아니다. 밀라노 가구박람회와 런던 디자인 페스티발에서는 도시 공간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미니의 철학이 공간과 사람, 삶의 양식에까지 확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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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는 삶, 일상, 인생 같은 단어들의 무게를 한없이 경쾌하고 즐겁게 치환하고 있다. 모든 시도의 총합이 ‘창의적 도시 생활’이라는 상징으로 이토록 깔끔하게 수렴하는 경우도 없다. 오랫동안 고민했던 결과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이거야말로 궁극의 소유, 질리지 않는 소비 아닐까? 이쯤 되면 미니는 이미 가격이나 장르로 구별지을 수 있는 브랜드가 아니다.

미니는 모든 것을 혁신하면서 모든 것을 지켜내는 데 도가 튼 브랜드였다. 미니를 운전하는 느낌에는 시대를 막론하는 흥이 있었다. 일단 그 맛을 알면 다른 어떤 차도 부럽지 않게 됐다. 몇 개의 국경을 미니로 넘었던 심정이 그랬고, 각자의 미니를 타고 폴 리카르 서킷으로 모였던 모든 미니들이 그랬다. 미니는 그렇게 삶의 일부였다. 미니가 곧 라이프스타일이었다. 미니를 가진 사람들은 하나 같이 웃고 있었다.

글/ 정우성
사진/ 더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