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다시 꿈꾸게 만드는 힘, 람보르기니 우라칸 퍼포만테

태풍 솔닉이 한반도에 상륙했던 날 인제 스피디움에서 두 대의 람보르기니를 시승했다. 언 줄도 몰랐던 마음이 다 녹았다.

우성 2018년 09월 17일

오늘은 아주 특별한 자동차 시승기예요. 지난 8월 말, 인제 스피디움에서 시승했던 두 대의 람보르기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주 바쁜 여름을 보냈어요. 몇 매체와 인터뷰하고, 아주 중요하고 거대한 컨퍼런스에 연사로 나서는 벅찬 경험도 했습니다. 뜨거운 여름을 보냈어요. 그렇게 바쁘게 지내는 와중, 아주 가끔 회사 사무실 건물 옥상에서 하늘을 보는 게 아주 귀중한 즐거움이 되어버렸습니다. 올여름 하늘 유난히 예뻤잖아요?

해 질 녘에는 의자 하나 갖고 올라가서 사진도 찍고 책도 보다 내려오는 시간을 무척 즐겼습니다.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일도, 친구와의 호흡도, 다른 모든 일들도 차근차근 정돈되는 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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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뭐랄까요? 어쩐지 현장에서 뛰던 기자였을 때의 활기랄까, 뭔가 꿈틀거리는 것 같은 느낌은 조금씩 무뎌지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래도 좀 다른 감각을 쓰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얼마 전, 굉장히 오랜만에 인제 트랙을 탈 일이 생겼을 땐 굉장히 충격을 받았어요. 무서웠거든요. 트랙을 타는 게 겁이 났어요.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습니다. 이기자고 타는 트랙은 아니지만, 내 흐름 안에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페이스를 분명히 알고 있었는데.

하지만 분명히 굳어있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그랬던 것 같아요. <더파크>에서도 꾸준히 자동차를 다루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기자로서 한 달에 몇 대씩 다룰 때와는 차이가 있을 테니까요. 물론 트랙은 무서워해야 합니다. 그래야 안전해요. 하지만 그날은 처음 타는 트랙도 아닌데 제 컨디션, 제 즐거움을 찾기에는 어림도 없을 만큼 얼어있었어요.

고백하자면, 이날도 시작할 땐 그랬습니다. 태풍 솔닉의 한반도 상륙 당일, 저는 인제 트랙에 있었습니다.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S와 우라칸 퍼포만테를 시승하는 날이었어요. 오늘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모든 시승을 마쳤을 땐 아주 다른 마음이 되어있었거든요. 두 대의 람보르기니는 어떻게 제 마음을 다시 살려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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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는 엄격한 브랜드입니다. 에서도 몇 번이나 촬영을 했지만 시승은 불가능했습니다. 조수석에 동승한 적은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타본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인제 트랙에서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 제공된 거죠. 피할 수 있겠어요? 걱정되는 건 딱 하나였습니다.

8월 23일 목요일의 서울은 말 그대로 태풍전야였거든요. 이상하리만치 고요하고, 하늘은 불길하게 아름답고. 자고 일어나면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 것 같은 밤이었어요. 다음날 아침, 출발할 때는 비가 거셌습니다. 강원도 쪽으로 갈수록 더 강해졌어요. 인제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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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스피디움에 도착했을 땐 그래도 좀 나은 상황이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복잡했습니다. 마른 노면에서 람보르기니의 진면목을 제대로 체험하고 싶은 마음, 비가 더 강하게 와서 트랙 주행 자체가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 젖은 노면에서 운전할 때의 위험부담까지 마구 뒤섞여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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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온 람보르기니 스태프도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트랙은 흥미진진하면서도 위험하고 냉정한 공간이니까요. 안전에 안전, 주의에 주의를 기울여도 모자람이 없는 곳이에요. 그래서 이날은 인제 트랙의 절반만을 썼습니다. 도전적인 코너가 이어지는 왼쪽 부분은 상태가 아주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일단 기자회견과 질의응답 시간이 마련됐습니다. 일단 궁금했어요. 람보르기니는 왜 갑자기 이런 트랙 데이를 열었는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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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람보르기니는 이름 자체로 마케팅인 브랜드니까, 거의 모든 브랜드를 섭렵해 본 후에 운전 자체를 완벽한 취향의 영역에서 즐기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브랜드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대답은 좀 달랐습니다. 람보르기니는 본격적인 확장, 이미지의 진화를 노리고 있었어요. 시장은 끊임없이 변하며 젊어지고, 람보르기니도 그 안에서 분명히 진화하고 있으니까요. 마테오 오르텐지, 아시아 퍼시픽 지역 CEO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람보르기니는 모두가 선망하는 슈퍼카 제조사를 지향합니다. 우리는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람보르기니는 경험의 설계자, 우리는 경험을 디자인하는 사람들입니다. 그 세계로 고객을 초대하고자 하는 거죠. 인포멀 럭셔리(informal luxury)라고 말하면 어떨까요? 람보르기니는 조금 느슨하고 자유로운 럭셔리를 지향합니다. 밀레니얼 세대를 포함해 좀 더 다양한 고객층과 함께 하고자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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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람보르기니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고객상, 'Ideal Customer'는 어떤 이미지일까요? 마테오 오르텐지의 말입니다.

"감정을 드러내는 일에 머뭇거림이 없는 사람, 내 삶과 인생의 모든 순간을 즐기는 사람이죠. 우리는 젊은 고객에 맞는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젊은 고객이 점점 더 늘고 있어요. 람보르기니는 확장하고 있습니다. 우르스 도입 이후 시장은 더 넓어졌어요. 지금까지는 도달 못했던 시장에 접근하고 있고, 우리 고객의 70퍼센트는 이미 다른 브랜드를 경험한 사람들이에요. 성별은 아무 관계없어요. 남성과 여성을 가릴 필요는 없죠.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람보르기니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브랜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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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중요한 말입니다. 젊은 고객, 스스로를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는 성격, 젠더를 가리지 않는 재미와 특성까지. 어쩌면 이날 인제 트랙에서 경험했던 거의 모든 가치가 저 말 안에 다 녹아있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마침내 트랙에 나갔을 때, 비는 좀 잦아들어 있었어요. 스태프들은 무전을 주고받으면서 트랙 곳곳의 상황을 체크했습니다. 달릴 수 있을지 없을지, 달릴 수 있다면 얼마나 페이스를 올릴 수 있을지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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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승은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S였어요.

6,498cc V12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에 7단 변속기, 최고출력은 740마력, 최대토크는 70.4kg.m.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이르는데 걸리는 시간은 2.9초. 최고속도는 시속 350킬로미터.

굉장하죠? 이런 수치는 사실 경험하기 전에는 알 수 없을 거예요. 아까 마테오 오르텐지 씨가 했던 말 기억하시죠? 람보르기니는 경험을 설계하는 사람들이라고 했잖아요? "우리는 경험을 디자인한다"는 말도 기억해 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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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랬습니다. 사실 이런 건 트랙을 나서는 순간 알 수 있어요. 그냥 몸으로 느껴지는 거예요.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각, 조금은 당황스럽지만 이내 적응돼서, 어디 오늘의 한계는 어디쯤인지 한 번 같이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마구 솟는 거예요. 잘 만든 자동차만 줄 수 있는 아주 독특한 자극이기도 해요.

'아벤타도르'라는 이름의 자동차 안에 내 몸이 딱 맞게 들어가는 일체감, 수십 명의 관악기 주자가 한꺼번에 큰 숨으로 내지르는 것 같은 그 엄청난 소리, 고급하고 배타적인 공격성, 저 위에서 호령하는 것 같은 권력, 마음을 부추기고 몸으로 반응하게 하는 힘, 그러니 나는 누구에게도 질 수 없다는 마음 같은 것. 이런 건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가 명료하고 정확할 때만 느껴지는 감각이기도 합니다.

고성능이라고 다 같은 고성능이 아니에요.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자동차는 많지만 이렇게 날카로운 성격으로 끝까지 밀어붙이는 브랜드는 없죠.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고성능 브랜드들을 모조리 떠올려보세요. 그 모든 브랜드와 람보르기니의 느낌은 아주 다른 궤적 위에 있습니다. 믿으셔도 좋아요. 아, 이날 지면이 말라있었다면 우리는 훨씬 더 본격적인 세계를 만날 수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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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시승까지는 아주 조마조마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비는 거셌다가 잦아들었다가, 이 정도면 괜찮겠다 싶을 때 다시 내렸어요. 정해진 시간이 있으니까, 그 안에 시승을 못할 것 같다는 마음이 점점 괴로워졌습니다. 만약 하늘이 조금만 우릴 도와준다면, 다음 모델은 람보르기니 우라칸 퍼포만테였어요.

5,204cc V10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 최고출력 640마력, 최대토크 61.2kg.m,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이르는데 걸리는 시간 2.9초, 시속 200킬로미터까지는 8.9초. 최고속도는 시속 325킬로미터.

놀라운 건 공차중량이에요. 1,382킬로그램입니다. 1톤 약간 넘는 무게죠? 이번에 출시한 현대 아반테 디젤 모델 공차중량이 1,355킬로그램입니다. 상상해보세요. 우라칸 쿠페보다는 무려 40킬로그램이나 가벼워진 무게. 람보르기니의 굉장한 공기 역학 기술과 경량화 기술을 적용한 결과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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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 서킷에서 우라칸 퍼포만테가 기록한 랩타임은 6분 52.01초였습니다. 양산차 중 최고 기록을 경신했죠. 우라칸 퍼포만테 이전의 최고 기록은 포르쉐 918 스파이더의 것이었어요.

이런 수치와 기록만으로도 마음은 좀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긴장으로 떨리는 마음이 아니라, 아주 조금씩 녹는 것 같았어요. 사실 마음이 굳어있었는지 말라있었는지 이날 람보르기니를 시승하기 전에는 몰랐습니다. 그저 안정적이면서도 일상적인 상태라고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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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어쩌면 좀 포기한 상태였어요. '아벤타도르 S로 됐다, 람보르기니의 기함을 경험한 것으로 충만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인제에서의 모든 경험을 마무리할 준비도 하고 있었습니다. 비는 그치지 않았고, 노면은 마를 틈이 없었어요. 이미 아벤타도르를 시승할 때도 군데군데 웅덩이가 형성된 상황이었습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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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전기로 주고받는 대화, 스태프 한 명 한 명의 표정에 집중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스태프가 몇 번이나 고개를 저을 때 다 같이 낙담했다가, 누군가 활짝 웃으면 다 같이 아이처럼 신나고 그랬어요.

"탈 수 있대? 지금 나갈 수 있대?" 물어보면서 마음만 점점 더 커졌습니다. 정작 스태프들은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까요? 타고 싶은 마음도 마음이지만, 어렵게 마련한 기회를 만끽하게 해주는 일이야말로 이들의 성취감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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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 바깥쪽에 서있던 우라칸 퍼포만테 스파이더를 자세히 보면서 애써 침착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실내를 눈앞에 두고 보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는 건 불가능해요. 한 번 보세요. 저 빨강의 쓰임, 스티어링 휠의 전체적인 모양과 세세한 조형이 지향하는 바, 날렵한 하고 간결한 리어램프의 언어, 거대한 스포일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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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에는 이렇게 정교한 스티치가 단정하고 가지런합니다. 게다가 모든 람보르기니가 그렇듯, 시동을 걸려먼 저기 저 빨간 덮개를 위로 살짝 올려줘야 하죠. 일종의 관문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냥 누르고 달려나가는 맛도 맛이지만, 그전에 하나의 단계를 추가함으로써 각오를 다지도록 유도하는 디테일이기도 하니까요.

그런 각오 정도는 필요한 자동차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즈음 패독의 분위기가 밝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헬멧을 쓰고, 시동을 걸고, 가속 페달을 밟는 소리가 들렸어요. 다시, 그 엄청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거죠. 저도 트랙으로 돌아갔습니다. 비는 약간 잦아들었고, 우리는 시승을 계속하기로 결정한 직후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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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두 바퀴였습니다. 트랙에서 이렇게까지 아쉬웠던 적도 없었던 것 같아요. 아주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컨디션이 코너마다 올라갔습니다. 그때마다 한계가 깨지는 느낌이었어요. 우라칸 퍼포만테는 몰아세우면 세우는 만큼 받아냈고, 조금 더 할 수 있다고 화답했습니다. 그 몸놀림이 극도로 가볍고 경쾌해서 한껏 신이 났어요. 이런 춤이라면 밤새 출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노면은 여전히 젖어있었습니다. 피하야 하는 웅덩이도 몇 개 늘어 있었어요. 인스트럭터가 앞서 달리면서 뿌리는 물보라도 짙었습니다. 하지만 와이퍼를 켜고 따라가면서는 아무 거리낌이 없었어요. 조금 더, 조금 더 빠르게 탈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트랙에서 이런 즐거움을 느꼈던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아주 순수한 즐거움, 마구 증폭되는 호기심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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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분위기, 조금은 느껴지세요? 비는 저렇게 오고, 바닥은 저렇게 젖어있었는데 운전석에서의 마음은 막 그랬던 거예요. 우라칸 퍼포만테는 그런 차였습니다. 지금, 이 포스팅을 쓰면서 그날의 메모장을 열어보니 제가 이렇게 적어놨습니다.

"우라칸 재밌어!!! 우라칸 퍼포만테 날렵해!!! 가벼워! 재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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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알아요. 적어놓고 기억할 만큼 대단히 정교한 감상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저 느낌 그대로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메모장에 찍었던 느낌표의 숫자 그대로 기억하고 싶었어요. 다 내려놓고 마냥 신난 느낌, 이 차와 함께라면 매일매일 내 한계를 깨부술 수 있겠다는 확신, 주말마다 새로운 기록을 추구하면서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은 가능성까지 그대로 적어두고 싶었어요. 저 메모는 지금 봐도 웃음이 나와요. 그 자체로 너무 즐거웠던 기억이라서.

물론, 아무나 가질 수 있는 자동차는 아닙니다. 굉장히 제한된 경험일 거예요. 이날 트랙에서 느꼈던 감상에도 개인차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믿으셔도 좋아요. 제 감상은 지금까지 전 세계 곳곳의 트랙에서 다양한 차종으로 도전했던 경험치를 바탕으로 한 것이기도 하니까요. 가질 수 있다면 갖고 싶었습니다. 다른 어떤 브랜드의 고성능을 거쳐도 좋겠지만, 가능하다면 우라칸 퍼포만테를 반드시 경험해보라는 조언도 꼭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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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카랑카랑한 성격, 완벽에 가까운 실력, 가볍고 경쾌하게 부추기는 우라칸 퍼포만테만의 기운이 마침 나와 맞춤으로 어울린다면 그땐 망설일 필요가 없을 테니까요. 그런 뜻이에요.

기자들 사이에서도 그 성능과 완성도에 대해서만큼은 이견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우라칸 퍼포만테에서 내릴 때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았어요. 쾌락과 아쉬움이 반반인 표정, 마침 잦아든 비가 고마우면서도 미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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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 시승 전, 넓은 공터에서 프로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우라칸 퍼포만테 스파이더 조수석에 앉아서 드리프트 체험을 하는 시간이 있었거든요? 상황이 상황이었으니까 극적인 체험을 할 수는 없었지만, 인스트럭터의 한 마디는 기억합니다.

"이 차는 정말 굉장해요. 진짜 빨라요."
"트랙에서도 그래요?"
"네, 굉장해요. 게다가 자연흡기잖아요? 달리면 달릴수록 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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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날 우리는 이렇게 달렸습니다. 하늘에 기대하면서, 비가 잦아들기를 고대하면서. 마침 기회가 왔을 때 빠르게 경험했어요.

여기서 다시 한 번 떠올려보면 어떨까요? "우리는 경험을 디자인하는 사람들입니다"라는 마테오 오르텐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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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을 떠나면서도 마음이 채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어쩐지 굳어있고, 조금은 버석거렸던 마음은 완전히 녹아서 풀려있었어요. 이 트랙에서 조금 더 머무르고 싶었습니다. 매체에 속한 채 한 달에 몇 대씩 시승하던 시간을 다시 소유할 순 없겠지만, 이 오브제 자체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졌어요. 자동차는 이렇게 마음을 움직입니다.

람보르기니는 그런 차였어요. 단숨에 녹이고 가차 없이 자극하면서 오로지 실력으로 증명하는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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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아벤타도르 S와 7번 우라칸 퍼포만테. 그날 제가 시승했던 모델들입니다. 지금까지 람보르기니에 대해 갖고 있던 선입견을 완벽히 깨주면서, 새로운 세계를 상상할 수 있게 만들어준 모델들이기도 해요. 사실 람보르기니는 과격하고 딱딱한 채 아주 다루기 힘든 고성능이라는 편견이 있었거든요. 저랑 비슷한 생각을 갖고 계신 분, 우리 독자 여러분 중에 혹시 계시다면 일단 경험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선택은 그 후에, 후회도 미련도 없이!

아!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어요. 람보르기니 주행 모드가 STRADA, SPORT, CORSA로 나뉘는 거 아시죠? 스트라다는 '길'이라는 뜻, 그러니까 평상시 주행을 위한 모드입니다. 스포트는 역동적인 주행, 코르사는 '경주하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예요. 조금 더 본격적인 주행을 위한, 말하자면 레이스 모드죠. 아벤타도르 S에는 여기에 한 가지 모드가 더 있습니다.

람보르기니는 여기에 "EGO"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다른 여느 브랜드에서는 'individual' 정도로 부르는 모드예요. 스티어링 휠과 서스펜션, 트랙션 컨트롤을 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세세하게 조절하고 저장할 수 있는 설정입니다. 어떠세요? 'individual'과 'ego'의 차이로부터, 람보르기니가 다른 모든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지점이 느껴지세요?

아무도 건드릴 수 없고, 나조차도 어쩔 수 없는 자존심. 강력하게 나를 통제하는 의식으로서의 자아.

그토록 강력하고 단단한 자부심, 그게 바로 람보르기니의 세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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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스트럭터 표정 좀 보세요! ㅎㅎ

모든 시승을 마치자 이렇게 밝아졌습니다. 하루 종일 마음 졸이면서 트랙 상황 체크하고 시승 여부를 결정해야 했던 부담으로부터 완벽하게 벗어난 저 표정! 경험을 책임졌던 스태프도, 안전하게 시승한 고객과 기자들도 모두 저런 표정이었어요.

그런데 서울에 도착해서도 여전히 싱숭생숭한 기분이었어요. 실은 제가 그날 컨디션이 아주 바닥이었거든요? 전날 새벽까지 일하고, 3시간인가 4시간인가 자고 나서 새벽에 인제로 출발한 참이었죠. 게다가 아벤타도르 S와 우라칸 퍼포만테를 트랙에서 시승한 피로까지 겹쳐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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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피곤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텐션이 너무 올라가 있어서 무슨 일이든 해야 하는 집중력이었습니다. 5킬로미터쯤 달렸을 때 멈추지 않고 더 달리고 싶었던 마음. 고도로 집중했을 때, 완전히 지친 몸으로도 '한 게임 더'를 외쳤던 어떤 날 오후가 떠올랐어요. 누군가를 이기려고 애썼던 기억보다 스스로에게 집중해서 즐거웠던 모든 순간들이.

하지만 이미 너무 늦은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좋은 칵테일 한 잔으로 이 날렵해진 신경을 좀 느슨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오늘은 오늘의 흥분이 있고, 내일은 내일의 일정이 있는 거니까요. 적당히 이완한 채 잠들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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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저한테 이 황소 로고는 아주 다른 의미가 됐어요. 딱 한 번의 트랙 시승으로 람보르기니의 모든 이미지가 바뀌었습니다. 잠들어 있는 것 같았던 제 마음속 투지도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어요. 모든 일은 결국 균형이잖아요? 그게 바로 실력이고.

오늘은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S와 아라칸 퍼포만테를 인제 스피디움에서 시승한 소식으로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다음 포스팅도 기대해주세요! 빨리 돌아오겠다는 말씀을 드릴 수는 없겠지만, 전보다 자주 뵐 수 있을 거라는 약속은 드릴게요.

이런 투지, 이런 집중력도 오랜만이니까. 두 대의 람보르기니가 트랙에서 일깨워준 마음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