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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 2068년의 재규어 XJ를 위하여

올해 재규어 카 디자인 어워드의 주제는 “XJ, 100 YEARS LIMITED EDITON”이다. 참가자들은 재규어 XJ 100주년 기념 모델을 디자인해 출품해야 한다.

우성 2018년 07월 19일

그날, 신사동 가로수길 재규어 드라이빙 센터는 평소와 좀 다른 분위기였다. 1층은 예외적으로 고요했다. 2층으로 안내하는 스태프의 손짓은 정중했다. 2층은 묘한 흥분이 감싸고 있었다. 마이크를 잡은 사람의 목소리, 그 앞에 앉은 40여 명의 눈빛. 재규어 리드 익스테리어 디자이너 박지영 씨가 마이크를 잡았을 땐 그 눈빛 모두에 다시 힘이 들어갔다. 어쩌면 거기 모인 모두가 꿈꾸는 선배의 모습이었다. 선배 디자이너이자 멘토로서 잡은 마이크였다. 이날, 서울 가로수길에서 재규어 카 디자인 어워드 사전 설명회가 열린 날이었다. 박지영 디자이너가 말했다.

“50년 후의 기술적인 발전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았으면 해요. 정말 50년 후의 생활, 산업, 문화 전반의 변화를 먼저 상상하면 훨씬 자유롭게 스케치할 수 있어요. 기술에만 갇히면 창의력에 제한이 생기지 않을까 해요. 지난 50년에 대한 이해와 앞으로 50년에 대한 상상력이 더해져서 생기는 지점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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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모인 학생들은 “출시 50주년을 맞은 XJ, 고유의 헤리티지를 이어간 100주년 기념 XJ를 디자인하라”는 주제를 받아 들었다. 만만치 않은 문장, 복합적인 주제였다. 학생들은 기술과 아름다움에 대한 재규어의 모든 철학이 응축돼 있는 기함 재규어 XJ의 의미를 먼저 이해해야 했다. 재규어가 쌓아온 50년 역사를 정확히 알고 기반 삼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 묵직한 전통에 얽매여서도 안 될 일. 중요한 건 그로부터 다시 50년 후였다. 혁신에 혁신을 거듭한 2068년의 100주년 기념 한정판 모델이었다.

자동차는 시대를 반영하니까, 좀 더 본질적으로는 2068년에는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화할 지를 상상해야 하는 주제였다. 자동차와 미래, 인간을 둘러싼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한 인문학적 상상력 또한 필요했다. “기술에 갇히면 상상력이 제한된다”는 박지영 디자이너의 말도 그런 뜻이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 한다는 의미였다. 영감은 아주 엉뚱한 곳에서, 다소 추상적인 관념으로부터도 갑자기 생길 수 있다. 경계 없이 사고하고 구체적으로 그리는 일. 재규어 영국 본사에서 일하고 있는 박지영 디자이너도 늘 경험하고 노력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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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에서 일하는 동안 제 생각에 집중을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옛날에는 눈에 보이는 것에 많이 집중했는데 지금은 생각의 흐름이나 과정을 잘 느끼려고 하는 편이거든요. 학교 다닐 땐 객관적으로 말하라는 교육을 많이 받잖아요? 하지만 디자이너로 일을 하다보니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생각이 되게 중요하다는 느낌을 받거든요? 제 말이 모호해진 것 같다는 느낌을 자주 받아요. 그런 느낌을 잃고 싶지 않아요. 이게 어떻게 표현이 될 지 스스로 기대하는 의미에서.”

영국 왕립 예술학교에서의 교육도 그랬다. 한국에서는 기술 위주였다. 자동차 자체를 더 잘 그리는 데 집중했다. 영국에선 생각의 흐름에 집중했다. 학교에서 보고 싶어하는 것도 디자이너의 생각 그 자체였다. 본질을 파악하고 각자의 추상을 객관화 하는 과정 어딘가에 새로운 디자인이 있었다.

“제가 느끼는 감정이 가장 크고 중요한 해석 방법이에요. 그건 어떻게 명확하게 이야기 하기가 어려워요. 레시피처럼 나와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런 특성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자동차 디자인’이라는 말은 가끔 각자의 판타지 안에 제각각 있는 것 같았다. 산업과 예술의 중간 지대, 예술가와 사업가 사이, 너무 공학적이거나 너무 추상적이지도 않아야 하는 영역에서 다소 모호한 느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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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브랜드마다 각각의 디자인을 형상화한 결과물도 시대와 국적을 불문하고 천차만별이었다. 어떤 브랜드는 잘 팔릴 자동차를 분석 하듯 찍어냈다. 중국 시장의 취향을 분석해 그에 맞는 디자인을 팔기도 했다. 다른 어떤 브랜드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고집 자체가 역사인 브랜드, 역사 그대로 부가가치인 회사는 그럴 이유가 없어서다. 진짜 중요한 건 그들이 고수해 온 아름다움의 맥락 그 자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재규어는 정확히 후자다. 지구 어디서라도 재규어 그 자체로서 가치를 갖는다. 50년 후의 디자인을 상상할 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회사 안에서도 계속 미래를 대비하면서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저희도 50년 후까지는 안해봤어요. 이 어워드 때문에 생각해보게 됐죠. 하지만 저는 이미 회사 안에서 그 방향을 보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학생들의 상상력보다 조금 더 현실적일 수밖에 없어요. 학생들이 훨씬 더 자유로울 수 있겠죠. 재규어 디자인팀에서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어요. ‘너 설마 넥스트 XJ 하라고 한 거 아니지?’ 그러면서 세단의 개념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으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재규어의 미래를 같이 생각해보자는 취지인 거죠.”

재규어 카 디자인 어워드는 오직 한국에서만 열리는 디자인 경연이다. 올해로 3회 째, 영국 본사의 관심도 굉장한 수준이다. 작년에는 재규어 어드밴스드 디자인 디렉터 줄리안 톰슨이 참여했다. 올해는 재규어 디자인 총괄 디렉터 이안 칼럼이 직접 한국에 와서 심사와 시상에 참여할 예정이다. 혜택도 굉장한 수준이다. 재규어 코리아는 수상한 팀이 디자이너로서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제공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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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부터 3등까지는 팀당 2백만원의 장학금과 런던 투어 기회를 제공한다. 여기에 재규어 디자인 총괄 디렉터 이안 칼럼과의 미팅 자리가 예정돼 있다. 더불어 재규어 디자인 팀으로부터 팀원 각각의 디자인 포트폴리오에 대해 평가 받고 논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예정이다. 1등 팀은 영국 디자인 스쿨 계절학기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된다. 입선 10팀에게는 각각 1백만원의 장학금을 수여한다. 다른 어떤 것보다 디자이너로서의 경험과 성장에 초점을 맞추기 위한 경연이라는 뜻이다.

자동차 디자인의 최전선에서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는 사람들, 산업 안에서도 존경 받는 국제적인 디자이너들이 이 어워드를 위해 기꺼이 한국을 찾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참가자와 심사위원이 어엿한 디자이너로서 눈높이를 나란히 하고 소통할 수 있는 귀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일단 한국 디자이너들의 수준이 굉장히 높은 편이에요. 결과물을 봤을 때도 그들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정도의 결과물이 학생들에게서 나오기 때문에 이안 칼럼도 굉장히 좋아해요. 학생들이 하는 디자인인데 그 정도 성취의 디자인을 맘껏 볼 수 있다면 당연히 오고 싶죠. 영국 안에 있는 학교에도 학생들 작품을 보러 많이 가요. 순수하게, 디자이너로서 기꺼이 보고 싶은 이벤트인 거죠.”

재규어 카 디자인 어워드는 2018년 9월 3일부터 10월 10일까지 작품을 모집한다. 국내 및 해외2년제 이상 대학 및 대학원에 재(휴)학 중인 한국 국적의 학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개인이나 팀으로도 공모 가능하다. 웹사이트 designaward.jaguarkorea.co.kr에서 온라인 접수하면 된다. 최종 심사는 12월에 이뤄질 예정이다.

세상은 프로페셔널의 세계가 창조한 결과물들의 총합인지도 모른다. 이 세계를 운영하는 것도 그들의 힘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도 한때는 아마추어였다. 순수하고 담대한 시선, 때로는 내던지듯 하는 무모함이야말로 아마추어의 특권이자 모든 혁신의 조건이라는 걸 아는 사람들. 재규어의 프로페셔널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지금 아마추어인 모두의 가슴 안에, 프로가 창조한 이 세계를 본격적으로 변화시키는 강력한 에너지가 내재돼 있다고 믿는다.

이날 재규어 드라이빙 센터에 모였던 학생들의 눈빛이야말로 강력한 연결고리였다. 이들의 의지와 호기심이 프로와 아마추어, 영국과 한국, 역사와 미래, 2018년의 XJ와 2068년의 재규어를 잇고 있었다.

글/ 정우성
사진/ 재규어 코리아 제공